핀테크 기업 Klarna는 2024년 1월 말 Open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상담사를 23개 시장에 한꺼번에 내놨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월 말, 회사는 그 결과를 공개했습니다(Klarna 발표). 업계 관계자들은 이때 나온 숫자를 아직도 인용합니다.
첫 달에 벌어진 일
출시 한 달 만에 AI가 230만 건의 상담을 처리했습니다. 전체 고객 상담의 3분의 2였고, 회사는 이를 정규 상담사 약 700명분의 업무량이라고 발표했습니다.
- 평균 해결 시간: 11분에서 2분 미만으로 단축
- 반복 문의: 25% 감소 (첫 응대에서 문제가 실제로 해결됐다는 뜻)
- 지원 언어: 35개, 고객 만족도는 사람 상담사와 동등 (회사 발표 기준)
- 회사 추산 2024년 이익 개선 효과: 4,000만 달러(원화 약 592억 원)
그런데 이 성과는 챗봇 하나를 붙여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Klarna는 환불, 반품, 결제 오류처럼 반복적이고 규칙이 분명한 업무를 골라 AI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주문 데이터와 결제 시스템을 AI가 직접 참조하도록 연결했습니다. 말하자면 업무를 먼저 분해하고, 자동화할 것을 골라낸 셈입니다.
1년 뒤의 방향 전환
Klarna는 2023년 말부터 채용을 동결했고, 1년여 사이 인력을 약 4,500명에서 3,500명 수준까지 줄였습니다. 이후 2025년 중반에는 3,000명 안팎까지 내려갔습니다. AI 전환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 불리던 회사가, 2025년 5월 돌연 방향을 틀었습니다. 고객 상담직 채용을 다시 열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블룸버그 보도).
CEO 세바스티안 시미아트코프스키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As cost unfortunately seems to have been a too predominant evaluation factor when organizing this, what you end up having is lower quality." (비용이 지나치게 지배적인 평가 기준이 되다 보니, 결국 남은 것은 더 낮은 품질이었습니다.)
응답이 기계적이라는 고객 불만이 나왔습니다. 사람과 연결되는 선택지가 없다는 항의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AI를 걷어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재조정 이후에도 반복 업무의 대부분은 여전히 AI가 처리합니다. 달라진 것은 역할의 경계입니다. 복잡한 판단이나 감정이 필요한 상담은 사람에게 돌리고, 그 사람들에게 AI 보조 도구를 붙였습니다. 요컨대 하이브리드 구조로 다시 짠 것입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
Klarna 사례는 성공담도 실패담도 아닙니다. 2년에 걸친 실험이 남긴 결론은 세 가지입니다.
- 반복적이고 규칙이 분명한 업무의 AI 전환은 실재하는 성과를 냅니다. 230만 건, 그리고 11분에서 2분이라는 성과는 재조정 뒤에도 그대로였습니다.
- 비용 절감만을 지표로 삼으면 품질이 그 대가가 됩니다. Klarna에게 없었던 것은 기술이 아니라, 품질을 함께 재는 성과 기준이었던 게 아닐까요.
- AX의 최종 형태는 대체가 아니라 역할 재설계입니다. AI가 반복을 맡고 사람이 판단을 맡는 경계를 긋는 일, 그것이 전환의 본체입니다.
우리 조직이라면
이 사례를 우리 회사에 대입한다면, 도입 전에 세 가지를 물어야 합니다.
- 자동화하려는 업무는 반복적이고 규칙이 분명한가요, 아니면 판단과 예외가 많은가요.
- 성과 지표에 비용 절감과 나란히 품질 지표(해결률, 재문의율, 고객 만족)가 들어 있나요.
- AI가 처리하지 못한 건을 사람에게 넘기는 경로가 설계되어 있나요.
셋 중 하나라도 답이 비어 있다면, 그 빈칸이 바로 Klarna가 1년 뒤에 지불한 비용입니다.